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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내가 원한다고 바로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덧 내 나이가 인터넷에서 떠들어대는 '노산'의 마지노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서, 조금은 초조한 것이 사실이다. 사실 마음 같아선 일찌감치 임신을 시도하고도 싶었지만, 그래도 나를 최근에 채용해 준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만 1년 이상(내 기준으론 1년 6개월 가까이는 다니고 싶다)은 다니고 출산휴가든 육아휴직을 가는 것이 조금이라도 덜 민망할 것 같아, 올 하반기에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 

 

아기를 계획하다 보니, 앞으로의 나와 배우자의 삶에 있어서 아기라는 존재를 함께 고려하여 미래를 상상해보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중, 최근에 많이 하게 된 생각은 '워킹맘(맞벌이)'과 '전업주부' 중, 어느 길을 선택할지에 대해서이다. 

이번 글은, 정말 특히나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그 누가 더 낫다, 부족하다)이 아니라 정말 오롯한 내 상황과 생각에 대한 글임을 미리 밝혀 둔다.


일단 나는 '워킹맘(맞벌이)'를 선택하고 싶다. 

 

물론 그 때 그 상황이 닥쳐야 알겠지만, 현재 시점엔 워킹맘으로 사는 것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자녀가 있는 유부녀 선배들의 말에 따르자면,

 

'전업주부'로의 전향을 고려하게 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고 한다.

 

1. 임신을 하게 되면 회사 내에서 불이익을 당해, 비자발적인 퇴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일부 회사의 경우,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이 없는 회사가 꽤 있다고 한다. 이런 저출산 국가에서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기도 하지만 실제로 주위에서 회사에서 육아휴직 후 복직이 어렵다고 회사를 퇴사를 권유하였는 데에도 퇴사를 하지 않은 선배가 있다. 그 언니가 육아 휴직 이후에 회사로 복귀했더니, 출산휴가 가기 전에 선배가 맡았던 인기가 많았던 A라는 빅히트 상품 대신 인기가 거의 없는(회사에선 거의 신경도 쓰지 않는) B라는 품목의 Product Manager로 발령을 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B라는 품목의 매출이 오르지 않음에 대해 선배를 계속적으로 압박하여 결국 선배가 퇴사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슬프지만 이게 일부 회사의 현실이다. 

- 혹은 임신을 하면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해에 어차피 육아휴직을 할 테니 곧 출산휴가 들어갈 사람이 희생(?)하는 것이 맞다며, 최하 고과를 주는 회사/부서도 있다고 한다.  

 

2. 아직까진 여자가 대부분 자녀의 주양육자 역할을 맡고 있으나, 이와 더불어 여자가 경제적 의무까지 지게 되어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힘들다고 한다.

- 시대가 변해 여자가 회사를 다니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녀의 주양육자의 역할은 여자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든 여자든 아기가 없을 때 홀몸으로 회사를 다니는 것만 해도 힘든데, 여기에 자녀까지 추가된다면 회사를 퇴근하고 난 이후에 다시 육아 출근을 해야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한다. 더불어, 자녀가 어릴 때엔 면역력도 약한 와중에 단체생활(어린이집 및 유치원)을 하게 되면서 자주 아프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상황에서 연차가 자유롭지 않은 회사에 다니거나 혹은 칼퇴근을 할 수 없는 회사 등에 다니고 있는 경우엔 사회적인 회사의 불편한 시선도 감내해야 하며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인사고과도 낮게 평가받는 등의 사회적인 힘듦도 함께 감수해야 하는 것이 너무 불편한 현실이다.

- 물론, 주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댁/친정 등의 상황이라면 아기가 아픈 상황에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 엄마가 완전히 마음 속 부채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3.  경제적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 최근 조사 해 보니, 베이비 시터를 9 to 6로 구하면 우리 동네 기준 대략 한 달에 300만원 가량이 든다고 한다. 만약, 여자가 회사에서 버는 월급이 세후 350만 원 미만이라면 베이비 시터의 월급을 주며 마음 불편하게 아기를 키우면서, 심지어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든 와중에 오히려 '마이너스의 가계부'를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몸은 몸대로 힘들고, 아기를 직접 보지 못하는 마음속 불편함까지 있는데 경제적으로까지 마이너스라면, 오히려 전업주부가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더 유리한 선택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 물론, 주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댁/친정 등의 상황이라면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부탁드리는 케이스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자의 세후 절대적인 월급 금액이 적다면, 이것도 망설여질 것 같다. 또한, 우리의 부모님들도 대부분 환갑이 가까워지거나 혹은 그 이후인 분들이 많으셔서 60살이 다 된 우리 부모님들의 체력을 생각하면 온전히 100% 맡기기에도 미안할 수도 있을 것 같다.

 

4. 가치관도 전업주부의 삶을 선택하는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 어린 시절 자녀에게 많은 애정을 주며 유대감을 쌓아 가는 것이, 경제적인 부분(혹은 커리어) 보다 훨씬 더 값어치 있다고 생각하는 가치관 등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더불어, 자녀가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부러워하면, 생각이 많아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다 보면, 절대적인 시간과 체력이 부족하기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늘 시간에 쫓기다 보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본인도 모르게 짜증을 내거나 재촉하는 본인의 모습을 보며 후회를 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때면 '이렇게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내가 회사를 다니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고 한다. 

 

5. 기타, 아이의 건강 상 등의 문제로 전업 주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6. 굳이 맞벌이의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양가 중에 한 곳이라도 넉넉하거나, 한 쪽의 소득이 많은 경우.(일단 내 경우는 해당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워킹맘(맞벌이)'를 선택하고 싶은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내 개인적 상황) 우리 업계는 출산휴가/육아휴직/연차 등에 관대한 편이다. 

너무 감사하게도, 우리 업계는 여초 사회라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등으로 회사 생활에서 큰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내가 지금 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주부를 선택하여 경력이 단절된다면, 이렇게 좋은 분위기와 꽤 많은 연봉을 주는 회사에 다시 복귀하지 못할 것 같다. 따라서, 적어도 회사가 나에게 주는 불이익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전업주부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2. (내 개인적 상황) 남편에 대한 믿음이 있다.

사실 부끄럽지만, 우리 집의 집안일 대다수는 남편이 한다. 내가 외근이 많고 남편이 많이 부지런하고 꼼꼼한 성격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성평등에 대한 가치관도 철저해서 아기가 생기더라도 여자가 '주양육자'가 되어야 한다는 개념보단 '공동양육자'란 개념으로 함께 자녀를 양육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남편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 있다. 이러한 믿음 덕분에, 내가 아기를 낳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그리고 선뜻 워킹맘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사실 막상 닥쳐 봐야 아는 거겠지만) 늘 한결같이 2년 이상기간 동안 변함없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남편이 '공동양육자'로 같이 잘 양육을 해 줄 수 있을 것은 좋은 배우자 덕분에 워킹맘이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3. (내 개인적 상황) 회사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아실현에 대한 정서적 충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주위의 어린 아기가 있는 언니들이나 회사 남자 선배들이 회사에 와서 종종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회사 오니 살 것 같다.'라는 말이다.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는 아기와 24시간 함께 있는 것은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고 한다. 물론 아기가 예쁘지만, 그것이랑은 별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24시간 사람도 만나지 않고 있다 보면 힘든 시간이 도래하는 때가 종종 있다고 한다. 아기를 24시간 돌보다 보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사람이 예민해진다고들 하는데 내 성격 상 이렇게 되면 말 못 하는 아기에게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한편, 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조금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그 스트레스보단 사실 난 회사일을 하며 성취감도 느끼고 자아실현을 하면서 정서적 충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이 24시간 아이와 붙어있는 것보단 '나를 위해서'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 그 둘을 위해서도 모두에게 내가 출근을 해서 조금이나마 정서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된 긍정적인 상태로 아이를 만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4. 양가 부모님이 모두 멀리 있어서, 양육 도움을 받지는 못하는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력단절 되지 않는 것이 추후에 가계 경제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여자가 세후 300만 원을 못 벌더라도, 만약 내가 경력 단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7~8년 정도 더 일했을 때 커리어를 발전시캬서, 월급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베이비 시터를 쓰는 것보다 내가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 것이 더 큰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물론 가치관의 차이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7~8살만 되더라도 등하원 도우미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완전히 어린아이처럼 300만 원 가까이가 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당장 현재에는 조금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경제적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 경력을 단절시키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선택지 같다. 

일반적으로 경력이 단절되면, 아기 출산 전 받던 월급은 대부분 받지 못하고 이전보다 더 낮은 연봉, 더 좋지 않은 복지, 더 힘든 노동의 일자리가 있는 곳에서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5. 나와 내 배우자, 그리고 아이 미래를 위해서도 경제적인 부분은 중요하다.

경제적으로 현재만 사는 것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삶을 살고 싶다. 

- 남편이 벌어오는 돈도 적진 않지만, 외벌이로 3인 가족이 생활하면 저축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100~200만 원가량만 저축이 가능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중, 고등학교 교육비며, 그리고 대학교 등록금, 더 나아가서는 자녀의 결혼 때에도 돈이 들어간다. (심지어 아이의 나이가 들수록 아이에게 들어가는 금액은 더 커진다.) 이때를 위해 열심히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또한, 만약 외벌이를 선택해서 살던 중 혹시 그 어떠한 상황에라도 가장이 실직을 하거나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예를 들어 아픈 상황)이 닥치면, 그 가정의 가계가 박살 난다. 외벌이로 산다면, 거의 저축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 살아가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전혀 대비하지 못하게 된다. 

- 외벌이를 선택하게 되면 심지어 충분한 노후 대비도 어렵다. 100세 시대 인생이라고들 한다. 아이를 아무리 잘 키웠다고 한들, 평범한 아이가 나중에 우리(나와 배우자)를 경제적으로 완전히 부양하는 것은 너무 혹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옛 말에, '부모가 열 자식 키우는 것은 가능하지만, 열 자식이 한 부모 모시기는 힘들다.'라는 말이 있다. 적어도, 아이의 앞길에 걸림돌은 되고 싶지 않은 것이 내 작은 소망이다. 그래서 추후에 아이에게 손 벌리지 않기 위해선 앞으로 꾸준히 벌어서 충분한 노후 준비를 해서 아이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는 부모가 되고 싶다. 

 

6. 아이에게 경제적/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충분한 애정과 사랑을 주고 싶다.

나는 내 성격을 너무 잘 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말이 있다. 일단 내 경제 상황이 여유로워야 난 정신적으로도 여유롭다. 그리고 내가 충분히 정서적으로 refresh가 잘되어야, 짜증이 잘 나지 않는다. 회사에서 얻는 충족감과, 남편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그리면서 꿈꾸는 행복 등도 나의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내가 충분히 안정적인 상황에서 나의 회사 외의 시간엔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해서, 아이가 스스로 '나는 정말 부모님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구나.'를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이런 내 성격과 내 상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워킹맘이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마다 상황도 다양하고 가치관도 다양하다.

특히, 집안일하는 것이 적성에 전혀 맞지 않고, 24시간 내내 아기와 붙어 있을 자신이 없는 현재의 나로서는 전업 주부 분들을 존경한다. 워킹맘이든 전업주부든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 모든 분들이 대단한 것 같다.

 

사실 내가 이런 포스팅을 쓰는 이유는 포스팅을 이렇게 적다 보면, 막연히 내가 어렴풋 생각한 내용을 쓰면서 정리가 되어서 좋다. 최근에, 내가 작년에 읽어둔 글을 읽어보며 '아, 내가 저런 생각을 했었지. 저 때의 선택은 저런 이유에서 했구나.'라는 것이 상기되며, 내 선택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도 남지 않는 걸 느끼고 있다. '저 땐 저게 최선이었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어서 말이다.

 

물론 아기를 실제로 낳고, 또 워킹맘 생활을 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추후 워킹맘이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또롱이랑 함께 세부 가서 먹은 칠리크랩
또롱이랑 함께 세부 가서 먹은 칠리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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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라섹수술을 하며, 최대한 컴퓨터를 보지 말라는 원장님의 말씀에 따라 모든 블로그 활동이 강제 중단되었다. 1월에 새 회사에 이직도 하고, 눈은 여전히 건조하며(심지어 오른쪽 눈은 아직 덜 회복이 되었다) 새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중에, 오늘 꼭 글로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이 나, 오랜만에 노트북을 켰다.


오늘도 눈이 너무 건조해서 인공눈물을 처방받으러 안과를 가던 중, 12번째 주담대 원리금을 납부하라는 카톡 알림을 보고 '벌써 집을 매매한 지 12개월이나 다 되어 가나?' 하는 생각과 함께, 결혼생활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블로그 주소처럼 'happy31 mar22', 22년 3월 31일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으니 정확히는 다음 달 30일이 되어야 1년을 꼬박 채운 것이겠지만 말이다.

결혼생활을 되돌아보게 한, 12번째 주담대 원리금 납부하라는 카톡
결혼생활을 되돌아보게 한, 12번째 주담대 원리금 납부하라는 카톡

지난 1여 년 간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봤을 때의 감상은... '행복하다.'이다. 이 단어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수식어를 더 붙이자면, '행복해서 죽을 것 같다.' 랄까.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인연이다. 서로가 겹치는 지인 하나 없었는 데에도, 모 직장인 어플에서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모은 모임에서 남편을 뺀 10여 명이 모두 파투를 낸 덕분에, 지금의 내 남편을 거의 1:1로 만나게 되었다. 그때, 저녁밥이나 같이 먹자고 글 쓴 나와, 익명의 누군가와 한 약속을 깨지 않고 잘 지켜준 남편과, 그날 약속을 파투 내 준 익명의 10여 명에게 너무 감사하다.

남편을 두어 번쯤 만났을 때, 이성적인 감정이 전혀 없었음에도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정말 결혼생활을 바닥을 찍어도 불행하진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괜찮은 사람이었다. 내면이 정말 알차고, 건실한 사람이었다. 나는 '울 도롱구(또롱, 똥 등등 모두 같은 애칭이다)는 알맹이가 진국이다.'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그 정도로 내면이 너무 괜찮은 사람이었다. 당시의 내 이상형 조건 중 하나가 '나보다 적어도 실수령액 10만 원은 더 버는 사람'이었는데, 그때 당시에 나는 남편이 연 3천만 원도 못 버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난 친구들과 엄마에게 '괜찮아. 내가 이직 두어 번 더 해서 먹여 살리면 되지.'라는 말을 남발하고 다닐 정도로, 그간의 내 가치관을 깨 부술 정도로, 정말 그 정도로 너무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썸을 타게 되었고, 내가 먼저 고백해 버렸다. 살면서 처음이었다. 내가 먼저 고백한 적은. 내 남편의 진가를 다른 여자들이 혹여 알아버릴까 봐 걱정돼서, 내가 먼저 찜하자!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연하를 단 한 번도 이성으로 느껴 본 적이 없었음에도, 연하인 내 남편은 너무 매력적인 이성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설레었다. 신기했다. 연하 남자 친구를 만나는 친구들에게 늘 '연하가.. 이성으로 느껴져..?'라는 질문을 하곤 했던 나였기에, 그리고 심지어 마냥 어리게만 느껴지는 내 동생과 동갑(심지어 내 남편의 생일이 내 친동생의 생일보다 하루가 느리다!!)에게 이성적으로 끌리다니..

당시에, 막상 연봉을 까고 봤더니 나보다 100만 원 더 높았던 게 반전 아닌 반전이었던 것도 매력이었다.(이제는 내 연봉보다 많이 높지만) 세상 이렇게 겸손하고, 선하고, 부지런하고, 자기 계발 열심히 하고, 건전하고, 술과 담배도 하지 않고, 사치하지 않지만 돈을 쓸 때는 쓰고, 친구들과의 약속이 너무 많지도 않은 점. 이 모든 점들이 너무 내 이상형 조건에 부합했다. 이 친구와 함께 하며 가장 좋은 점은 매 순간 '내가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걸 늘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매 순간 그리고 모든 때에 날 배려하는 행동과 말에서 날 위한 배려와 애정이 듬뿍 묻어나서, 정신적 그리고 감정적으로 행복이 너무 충만해진다. 이건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 2년간 여전히 변치 않았다. 오히려 요즘은 나에 대해 더 잘 알아서인지, 나에게 딱 맞춤형 배려를 해 주는 덕분에 그런 애정과 행복감 덕분에 더 정신적으로 충족되는 느낌이 든다.

딸기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큰 딸기만 보였다 하면 늘 사다 주는 남편.
딸기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큰 딸기만 보였다 하면 늘 사다 주는 남편. 오늘 2023.2.14일에도 큰 딸기를 사다줬다.


집안일을 하기 싫어하는 나를 위해, 모든 집안일을 다 도맡아 나서서 해주는 모습엔 가끔 고마워서 울컥하기도 한다. 내가 도와주려고 해도, 괜찮다며 본인이 다 해주는 배려를 보고 있을 때면 이제껏 내 인생의 굴곡은 다 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불운을 다 당겨 쓴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생활하는 모든 눈길 눈길마다, 남편이 해 놓은 집안일을 보면 남편의 배려가, 그리고 그 마음이 사랑스러워 마지않게 된다.

퇴근하고 왔더니, 빨래까지 다 해놓고 개켜놓은 모습
퇴근하고 왔더니, 내 빨래까지 다 해놓고 개켜놓은 모습을 보고 너무 고마웠다.

오늘 밤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이어서 나의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결혼 생활을 이어 가려한다.

미리 말해두자면, 이 글의 결론은 하나다.

'결혼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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